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쫒기듯 떠난 제주도.
그렇게 많은 환상을 39살 11월달 까지 꽉꽉 채워놓고 떠나게 된 제주도.
40되기전에 가보는구나 싶었기에 더 부풀었던 마음.
친구 놈과 함께 저렴하고 스피디하게 쫒기듯 후다닥~ 다녀왔다.
제주도도 처음이고 국내선 비행도 처음.
대한항공 비행기를 탔다. 땅콩회항으로 알려진 박모 승무원이 딱!
시간이 그렇게 지났음에도 힘들었을 시간들이 얼굴에 묻어있었다. 힘내세요.
늘 그렇듯 출발할 때 여행의 기쁨 50%를 쏟아낸다.
공항에 도착하여 택시타고 시내 숙소로...
우리의 빡은 이미 다녀왔던 제주이지만, 나의 설레는 구라에 속아 함께 온 듯 하다.
밤이 늦었지만, 우리가 늘 하던 술한잔을 하러 나갔다가 당구까지...
뭐 사내 넘들 노는 거야 서울에서나 제주에서나...
한 주간의 피로를 몽땅 싸매고 내려온 제주였기에 대충 놀고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차를 렌트하고 제주 일주 시작.
바닷가를 따라 돌아치는데 바람의 섬 답게, 늦은 시기 찾아온 우리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제주만의 바다와 동해같은 바다... 제주답게 쓰레기에도 귤이 있다.
제주의 바다.
가다가 멈추고 싶으면 멈추고 딱히 어딜갈지 정하지 않고 와서 배고프면 먹고, 멋지다 싶으면 내려서 구경하고, 화장실 가고 싶다 그러면 달리고... 였다.
이러한 일정 탓에... 빡은.. 자고 난 운전하고... 졸리면 자야지... 안잤다고 우기지마... 자도되... 너가 자서 고마웠어...
제주는 이런 곳이었구나...
어쩌다 발견한 산책로.
춥지도 않고 풍경도 좋고.
어딘지는 모르고.
그냥 제주도겠거니~
별 생각없이 구경하다 밥 겸 장보기 겸 시장 입성.
시장 골목에 숨어있는 무려 35년 전통 뽕뽕 식당.
시장 상인 분들이 오시는 곳이라 그런지 우리가 들어 갔을 때 뭔가 쫌...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했는데... 느낌이...
설마 못생겨서 그런 건 아니겠지.... 마사까...
역시 35년 전통답게...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
다음날 먹었던 오분자기인지 된장찌개에 전복 조금 넣어준 뭐시기 보다 훠얼씬 맛있었다.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해물은 더 많이 들어있던 뽕뽕식당 찌개.
밥먹고 저녁거리로 회와 치킨, 한라산 소주, 또... 뭔가 바리바리 많이 샀는데 2년전이라...
첫 날 편안했던 호텔 숙소와 상반되는 트레일러 숙소.
귤밭 한가운데 몇 개의 트레일러가 있고, 분위기는 죽였다.
에어비앤비를 처음 써서 찾은 숙소였는데... 덕분에 지금까지 욕먹고 있다...
일반 캠핑장의 럭셔리 트레일러가 아닌... 너무 좁고 빡셌던 ... 12월이 되었는데 따신 물이 안나와서 목욕할때 욕이 저절로 나오는... 사실 아침에 샤워할 때, 나는 따신 물이 나왔는데 빡은... 물의 차갑기를 우씨를 연발하며 표현했다.
회먹고 치킨먹고 귤밭 바라보며 좋았던 시간은 3시간 정도였고...
선풍기 모양 온열기기 하나로 밤새 버티며 모닝 찬물 샤워는 잊지 못할 제주의 추억과 에어비앤비의 불신을 남겨줬다.
싼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귤은 마음껏 따먹어도 된다는 안내에 열심히 먹으려 했지만 장봐온 것도 많고 ...
맛은 있었다.
아주머니... 저희 예약 날짜도 모르시고 청소도 안해놨다고 온수기 고장이라고 하셨지만 삐져서 아침에 인사 안드리고 간거 아닙니다.
드디어 아는 지명.
성산 일출봉.
저길 올라가자고?
바람이 이렇게 부는데?
담에 왔을 때도 할 일이 있어야지.
역시 성산 일출봉은 주차장에서 바라볼 때 멋짐.
안올라가봐서 모름.
쫒기듯 짧은 시간 동안 내려온 제주였기에... 벌써 비행기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
엄청 비싼 관광지에서 부실한 아침식사를 하고 잠시 여유를 찾으러 커휘!
하늘도 좋고 바다도 좋고 구름도 좋고...
카페에 앉아 사내 놈 둘이서...
에메랄드 빛 바다를 감상하는 사람들과 렌트카를 구경했다.
제주. 사랑하는 사람과 오면 참 좋을 곳. 사랑하는 사람과 어딘들 안좋겠나...
겉핧기로 30대 마지막에 다녀온 제주는...
아직도 욕먹게 만드는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