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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전철안.

lovow 2010. 6. 2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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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비때문에 젖은 운동화를 원망하며,

간만에 수트를 챙겨입고 출근했다.

이어폰을 꽂고,

서류따위는 대신 검은색 충전기와 각종 케이블, 외장하드가 들어있는 조금 큰 가방을 메고,

2호선에 올랐지만, 대담하신 여성분!

나에게 정면으로 맞대고 서주시니...

가방 앞으로 꼭 끌어안고 혹여나

치한으로 몰릴까 팔짱 낀 손은 어깨 근처에 머물고

시선은 ... 참 곤란...

시청역에 내려 1호선으로 갈아타니...

조금 떨어진 옆문 앞에서 레슬링을 하고 계신 두 할배.

숙자 어르신 두분이 오늘 아침 무슨일로...

땀 뻘뻘 흘리며 앉아계신 할매 두 분을 민망스레 밀어제낄까 했는데...

웅크리고 있던 할배 품에서 퍼져나오는 신문 다발.

서로 같은 곳에 모아두고 있었나 보다.

자기도 모르게 늘어난 신문은 사람들이 놓고 간거라 여기며 먼저 발견한 할배는 쾌재를 불렀겠지...

결국...흐트러진 신문을 주섬주섬... 다시 주은 만큼씩 나눠 갖고 럭비하듯 서로 어깨를 치며 옆칸으로 이동.

요사이 조금 이르게 출근할때는 서울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탄다.

한가하기도 하고, 내려서 회사까지 더 가깝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유때문에 ...

4호선에는 신문 수거하는 분들도 적어서 툭! 치고 가는 사람도 없고...

4호선 숙대입구에서 이쁜언니들 죄다 내리고 나도 내릴 준비를 하는데...

내 이어폰 넘어로 들려오는 목소리... 먼소린 줄 몰겠다.

어떤 남자가 혼자 중얼댄다.

나도 음악을 크게 듣는 편인데... 그 소리를 짓이겨 비집고 들어오는 남자 목소리...

누구랑 이야기하나 찾아봐도 혼자다....

흠....어릴적 동네에서 보던...그런 사람인가....

다시 또...큰소리가 들려 돌아 살펴보니... 다른 사람에 가려있던 그사람의 모습이 다 보였다.

아주 럭셔리한 서류가방을 들고 고급메이커 셔츠를 입고 핸즈프리로 통화를 하고 있는...

머 오해한 내가 더 웃기지만, 그분 인상이 좀... 오해살만했...

ㅎㅎ

전철 7정거장 타고 오믄서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많았던 출근길.

바람이 많이 불어 머리가 산발되었지만... 나름 특이한 출근길.

내가 세상과 만나는 시간이었다.

2010.04.13 09: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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