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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 어린 이종사촌 여동생이 주말에 결혼을 했다.
요사이 결혼식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강해서 가고 싶지 않았지만...
이모의 수금업무 명령으로 전날의 숙취를 이겨내고 머리도 깍고 2년만에 정장을 입고 나섰다.
어려서부터 같은 집에 이모네와 살아서 친동생처럼 친한 동생이기에... 일찌감치 휴식은 포기했다.
역시나 휘황찬란한~ 번지르르~
식장 입구 테이블에 앉아서 돈을 받고 식권과 교환해주는 아주 짜증이 밀어부치는 일을 시작.
오랫만에 많은 친척들과 사람들을 만났다.
이모네와 같이 살기도 했지만 떨어져 살게 된 후에도 가까운 거리에 살아서 동생 친구들을 꽤나 알고 있었는데,
아주 오랫만에 그녀석들도 만났다.
하도 오랫만이어서... 그랬겠지...
그당시만 해도 한살차이도 크게 느껴서 우리 친구들 노는 것과 한학년 후배들 노는 것이 쉽게 어우러지지 않았고 마냥 귀여움 떨던 녀석들이었는데
내가 동갑인줄 알았나보다.
"그래~ 너네둘이 사촌이었지?" 요딴 소리 지껄여주시니... 당황 황당~ ㅋㅋㅋ
내 분명 너의 오빠와도 잘 아는 사이였는데 어찌... 이래저래 여기저기 감투도 많이 쓰고 활동도 많이 하였건만... 기억에 없나부다.
야 임마 내가 너보다 오빠야! 라고 한마디 하자.. 아...맞다맞다...미안미안... 와리와리~
그러자 나와 동갑내기 친구들 소식을 전해주는 ... 경태오빠는 지난달에 결혼했어~
으아~ 너님이 임신하고 휑~ 아줌마로 변신해서 내가 참았다.
그냥 봤을 때 못알아보고 봉투에 적힌 이름보고 얼굴보고 어라~ 하고 알게되었으니 나도 참작하여 성질죽이고...
먼가 오랫만에 만나 반갑기는 했는데 안봤으면 나았을지도 하는 생각도 들고...
또 한녀석의 후배... 내 친한 친구... 근 25년된 친구의 동생이 왔다.
친한 친구였지만... 이제 연락도 뜸하고 그녀석 결혼식, 아이의 돌찬치도 나의 거부감 때문에 참석하지 않아서... 미안하기도 한 친구의 동생...
인사하고 싶지 않았다... 근데 꾸역꾸역 찾아와서 돈받고 있는 내게 말을 건다.
지딴에는 하도 간만이라 반가웠을지 모르겠지만... 성격이 그지같이 변해버린 나에겐 부담 이빠이...
어릴 적에... 한창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며 놀아나던 그 시절에... 대한 생각이 잠깐 나면서 그립기도 하면서...
늙어버린... 내 모습을 보다보니...
역시 이놈의 결혼식은 다닐 곳이 못되는구나~ 싶다.
가끔 어릴적에 받았던 편지나 쪽지들을 다시 펴보면서 나의 화려(?)했던 시절에 잦아들곤 했는데, 이젠 그 추억에 대한 무게가 가벼워지는 듯 하다.
"추억을 먹고 사는 녀석"이라고 말하던 친구에게 이제 더 살빠지겠다고 전해주고 싶다.
누군가에게서 지워져 간다는 것이 나의 드럽게 좋은 기억력 때문에 더 슬퍼지는 날이었다.
그래도 전날의 만취덕에 술이 땡기지는 않는 기이현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