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라고 하니 참으로 많이 오긴 했나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릉으로 나선 것은 그러한 풍경을 나도 아직 못보았고... 이런 저런... 므흐흐 강릉 도착 한참 전부터 보이는 나무들도 눈덩어리 열매를 맺고... 골짜기, 등성이 골고루 수북하다. 눈이 오고난 후 푸르른 하늘과 설산의 경계는 안정감 넘치는 수평선과는 전혀 다른 형태이지만, 비슷한 느낌을 준다. 하늘의 구름이 나무위에 걸린 듯. 비록 길은 안보이지만 슬슬 다니는 차들과 함께 걷는 길도 흥미롭다. 언덕길을 넘어 내가 가야할 곳으로 걸음을 재촉했지만, 하나도 춥지 않고, 체인 달고 달리는 자동차 소리도 경쾌하게 들렸다. 비록 잠시 눈이 그친 사이지만 내가 다녀온 후 또 눈이 많이 왔다고 한다. 아름다운 눈을 아름답게 볼 수 있도록...
해는 이미 지고 있지만, 속초를 향해... 마치 GS25를 홍보하는 듯한 사진이 되었군... 속초까지 두시간 좀 넘어서 도착했다. 이미 꽤 늦은 시간덕에 바로 택시를 타고 대포항으로... 이름이 기억안나는 조금 비싼회를 맛있게 먹고, 오징어 순대와 새우튀김을 조금 사서 숙소에 도착. 약간은 뾰루퉁한 택시기사 아저씨의 알아서 척척척 해준다는 어깨 들썩임 덕분에 일출이 보이는 곳에 머무를 수 있었다. 비록 창이 지저분했지만...ㅡㅡ; 아직 1월이라 해뜨는 시각이 늦었지만 미리 일어났다. 일출예정시간이 7시 33분이었는데 그전부터 꿈틀대던 해 덕분에 날은 환했고, 달도 별도 마중을 나선 모양이다. 수평선 근처에 낮게 깔린 구름 덕분에 조금더 늦어져 더 짧게 느껴지는 해오름이었다. 목이 말라 편의점을 들르며 해..
아침부터 눈 쓸어내는 소리가 들리더니 금새 쌓여버린 눈. 보들보들 내리던 눈이 함박 내리고, 이내 곧 질펀거리는 거리를 둘이 걸었다. 오랫만에 갔던 광장시장은 문을 열지 않은 가게가 많아 쓸쓸하고 어두컴컴했다. 그래도 온김에 머라도 먹겠다고 사람들 옹기종기 모여 앉아 탁주와 소주를 즐기는 모습들을 지나가며 우리도 자리를 잡고... 배가 고팠는지 어쨋는지 모르겠지만 후다닥 먹어치우고 청계천을 슬쩍 내다보았다. 눈이 쌓인 길과 추위에 움츠러 들어 흐르는 물결. 오가는 사람도 거의 없고... 청계천이 복원되던 그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이다. 추위도 추위이고, 시간의 흐름이란 것이... 어쩌면 이렇게 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언제나 붐비거나 무한한 관심주지 못하더라도 추위에 움츠러 들었을 때, 보듬어 줄 따뜻..
잠시 쉬고 있다. 차가운 겨울바다, 새벽공기 가르며 조업을 마친 배처럼... 몇시간 후 다시 나아갈 준비를 마치고 큰 파도 막아주는 방파제 안에서 잠시 오붓하게 내옆에 앉아있는 작은 친구와 갈매기들과 수다떨며 푸른 하늘, 그보다 더 짙푸른 바다에 비쳐진 내모습을 돌아보며 다시 힘차게 나아갈 준비중이다. 매일 아침밥을 먹는 다는 것. 자취 후 사라진 나의 습관중 하나였던 것이 다시 생길 것 같다. 나를 더 나아가게 할 수 있게 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안식을 주고, 나에게 힘을 주는. 고맙고 소중한 느낌. 잘 먹고 잘 쉬고 살찌는 느낌.
매일 아침 출근길은 눈이 따라다니기 힘들정도로 또각또각대는 메트로놈처럼. 바쁘다. 일찍 일어나면 약간의 늑장에, 늦게 일어나면 늦게 일어난 대로 전철역으로 환승하러 회사로... 빠른 비트의 음악에 발맞춰 걷는다. 가장 갈아타기 빠른 위치의 플랫폼에 서고, 누구보다 앞에서 걸으려고... 붐비는 무빙워크 위 보다 약간 한가한 복도로 사람들을 뒤로보내며 경보하듯 걸어왔나보다. 오늘 아침... 무척이나 일찍 일어났지만 이것 저것 챙긴 것들을 살피고 평소보다 조금 늦게 나왔다. 또 눈이 오고.... 아무도 밟지 않은 집앞 눈에 선명한 발자국 남는 시간이 길다. 천천히 걸었다. 조급하지 않게 음악도 느린 것으로 듣고 흥얼대고, 앞사람을 굳이 추월하려고도 안하고, 그냥 천천히 느긋하게 걸었다. 전철 타는 곳도 항상 ..
아침부터 눈이 소복소복 와서 걱정이 되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오랫만의 여행이라 설레는 맘. 여전히 사랑스러운 마음이다. 다행히 오후가 되기전 눈이 그치고 퇴근하자마자 열심히 터미널로 움직였다. 시간의 착각을 조금 했지만 설렘의 마음이 약간 길어졌을 뿐... 따분하거나 조급하거나 하지 않았다. 강릉 터미널은 아주아주 조용했고, 담배가게 아저씨는 친절하셨다. 햇살 눈부시게 들어오는 따뜻한 카페에 앉아 수줍어 하는 바다에게서 잠시 한눈을 팔기도 했다. 이런저런, 두런두런, 도란도란, 포근한 밤을 보내고 해가 떠올라 겨울바다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간밤 어두운 바닷가에서 들려오던 파도소리와는 약간 다른 것 같기도 했지만, 그 푸르름이 여름의 목욕탕 바다보다 더 한것 같아 가슴도 뻥뚫리고... 밤바다의 고요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