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가을비. 덕분인지 싱숭생숭, 어뚱망뚱 하다. 어느 가을인가 부터 내가 가을을 타는구나 싶었는데, 올해도 여지없이 가을에 심하게 탑승했다. 외투와 바람에 날리는 낙엽과 바닥에 떨어져 밟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만드는 은행에도 가을스러움을 잘 못느끼다가... 비가 추적추적하니 아... 가을이구나 싶다. 떠나지 못했던 여름날의 휴가를 누군가가 나에게 말했듯 올해도 역시나 시트콤스러운 한해를 복잡하게 보내고 있고... 아직 그 시트콤이 끝나지 않았음에... 불안하기도 하고... 마음에 있는 것들을 잠시 비워두고 조용히 있다가 다시 차근차근 정리해서 넣고 싶은데, 왜 이렇게 힘든지. 출근길부터 매일 다니는 길을 헤매고, 주유소 아저씨는 나에게 포인트 카드만 돌려주고, 화장실 가고 싶은데 청소중이고, ..
하루 종일 집구석에서 정비를 했다. 청소하고 어지럽히고 다시 청소하고... 세탁망에 넣고 빨래를 돌리니 탈수할 때 오류가 뜬다. 베란다가 좁아서 빨래 꺼낼 때 불편하길래 한동안 안쓰던 세탁망을 다시 꺼냈지만... 결국... 간만에 창문들을 활짝 열고 환기도 시키고 앉아서 못 본 무도를 틀어놓고 잠시 쉬는 와중에... 창밖에서 길냥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시끄러울 정도는 아니고 뭔가 부르고 대답하는 느낌의 야옹거림.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니 어미 고양이가 내쪽을 향해 조금 다가와 계속 쳐다본다. 잠시 뒤에 새끼 고양이들이 한마리씩 나와 젖을 문다. 세마리가 뒤엉켜서 엄마 고양이에게 붙어있는데도 어미는 절대 고개를 돌리거나 시선을 옮기지 않고 나에게 고정이다. 경계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듯. 내가 잠시 창가..
창문을 열고 오리털 이불을 덮고 잤는데 목이 아프더니 콧물이 흐른다. 코가 막혀 잠을 이루기도 힘들고, 1초도 잠들지 못한채 출근을 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내 꼭 쪽잠을 자겠노라 다짐했건만.... 졸림은 점심시간을 피해간다. 나름 말짱하다. 집에 갈때까지 말짱해야 할텐데... 과하게 뜨거운 콧김이 싫다. 꽤 오랫동안 감기를 경험하지 못하더니 올해는 버라이어티하다. 생각을 천천히 해보니 환경이 변할 때에 병마가 나를 훑고 가는 듯. 새로운 환경 알러지... 인가... 조금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아프지 않다. 먼가 징크스 처럼 박혀 이제 회사를 옮기면, 이사를 하면 아프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몸을 사려야 할 나이가 ... 체력을 보강해야할 시기가 급히 왔음에도... 이제 살짝쿵 움직이는 것도 귀찮을 ..
택배가 왔다. 잘못왔다. 5000원짜리를 주문했는데 1000원짜리가 왔다. 문의를 남겼더니 아침 9시 땡하자마자 전화로 반품 또는 교환을 해주겠다고 한다. 반품이 구찮다. 편의점은 매일가지만, 택배를 보내는 건 귀찮다. 그냥 내비두기로 했다. 전화를 마치고 회사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저쪽에서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아가씨가 다가온다. 한손에 녹차를 들고 ... 지금 흡연구역은 바닥 타일공사를 마치고 마무리 배수로 공사까지 거의 끝나가는데... 배수로에 바른 방수페인트를 사람들이 훼손하지 못하게 비닐 테잎으로 표시해놨다. 그 비닐테잎을 하나 남기고 내앞 다섯발걸음 정도까지 검은 원피스녀는 다가온다. 털썩도 아니고 꽈당도 아니고 철푸덕! 어머~! 라는 외마디 외침과 함께 비닐테잎에 걸려 넘어졌으나..
이직을 하고 아직 한창 어수선... 뭐 이리 늘 어수선인지... 일도 많고 시간도 잘 가는 편이고... 곧 안정이 되려나 우연한 기회로 아주 힘든 일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예전 같으면 정말 많이 힘들어 할 만한 일인데... 나이먹고 무뎌지고, 무감각해졌나보다. 아주 잠깐 괴로운 얼굴이었다가... 풀렸다. 잠깐 혼자 바다를 보러 다녀와서 그런 것은 아니다. 전혀~ 아니다. 오히려 바다는 이제 큰 감흥을 주지 못하는 듯하다. 바다 탓이 아니고 내가 이상하게 나이를 먹어가서 그런거겠지만.............................................. 미안하고. 땡큐,.
요근래... 앗살라마이쿰이란 말이 붙어서 잘 안떨어진다. 정준하의 사람들은 모두 꿈을 꾸지~와 빈지노가 개선해준 사람들은 모두 꿈을 꿔~ 까지 입속에서 멤돈다. 도토 짬보~ 식당에서 사람들과 밥을 먹게 되면 본인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될수도 있는 밥자리.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식당에 가면 반찬 더 달라는 소리를 잘 못했었다. 내가 안해도 다른 이가 해주거나, 아님 부족하게 먹던가... 군대를 다녀오고 나랑 똑같이 그런 소리 잘 못하는 친구와 밥을 먹으면서 내가 이모를 외치는 경우가 많아지고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왠만하면 있는 반찬 내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보통 소세지나 계란같은 반찬이 나오면 사람들과 먹을 때 추가하게 마련이지만, 어..
덥다. 더웠다. 그래서 에어컨 샀다. 설치비가 드럽게 비싸다. 그러나 이제 시원하다. 출근길 급 끼어드는 트럭에 내 차의 한 부분만 새것이 되었고...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 사이에선 멱살잡이가 나왔고... 간만에 옛 직장동료에게 반가운 연락이 왔고... 새로운 직장 동료가 생겼고... 같이 일하던 동료는 아주 급하게 떠나가고... 그저 그렇게 일상을 보내지만, 간간히 나를 건드리는 일들도 일상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무언가 기대되는 것도 딱히 없고, 우려되는 것들은 많지만 애써 생각에서 지우려고 하다보니... 더운날, 무념으로 보내고 있다. 무념으로 보내고 있다는 것에... 병신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무언가 더 하고 고민하고 움직여야 한다. 같이 할 사람이 없다고 징징대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