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주 어릴 때, 우리 엄니는 은행이나 어디서 가계부를 받아오셔서 매일매일 쓰시는 것을 보았다. 알뜰 살뜰하신 어마마마 덕분에 나랑 동생이 많이 받고 자랐다는 것 또한 사실이고... 며칠 전 각개로 집들이를 온 녀석과 편의점 앞에 앉아 맥주를 한잔 하다가 역시나 먹고사는 이야기가 나왔다. 혼자 살면서 사실 난 딱히 계획 없이 살았다. 돈에 대해서... 늘 나가는 돈들과 때때로 내가 지르는 것들 ... 생각을 하다보니 이러면 마이너스인데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거지? 라는 의심반 걱정반 그래서 돈 나가는 것들을 대략적으로 정리했는데 이대로라면 나의 하루 용돈은 ㅡㅡ; ㅜㅜ ㅠㅠ 암튼 그래서 시범적으로 가계부를 쓰기로 했다. 예전의 그 귀찮은 가계부에서 많은 발전을 한 가계부 어플덕분에 그래도 예전같으면 며..
지방에 1년 갔다왔더니 무뎌졌던 그 냄새가 나는 듯 하다. 약간은 다르지만, 홍대냄새. 막상 오면, 그래도 몇년을 살던 곳인데 편안할거야, 금방 적응될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적응력이 떨어진건지...환경이 그때와는 또 다른 것인지... 예전에 자주 가던 작은 가게는 관광용품으로 꽉차 다른 물건은 다 빼놓았다. 컵라면 하나 사러 들어갔다가 깜놀했고... 주인 아주머니는 여전히 쿨하심. 대형마트도 들어갔다가 무언가가 어색했는지... 좀 떨어진 곳으로 발길돌려 다녀오고... 20대 때 혼자서 자주 가던 김밥천국은 그 때 그 아주머니가 문앞에 보임에도 불구하고 들어가지 못하게 무언가가 발을 잡는다. 지난 1년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었어서 그런지... 현재 나에게 주어진 상황이 불확실해서 ..
2004년 9월 5일 부터 자취를 시작했으니 이제 11년을 채워간다. 성산동에서 이대, 서교동, 성남, 광주까지 이사를 다니면서 늘 새로운 집에 대한 기대가 떠나는 집에 대한 아쉬움보다 컸었는데... 이번에 다시 성산동으로 처음 자취하던 곳 바로 길건너편으로 이사를 가는 지금의 심정은 떠나는 아쉬움이 더욱 크다. 주말 내내 집에 있으면서 냉장고 정리하고, 비워야 할 것들을 조금씩 비워냈다. 토요일은 우중충 비가 오락가락하는 풍경에 더더욱. 아쉬움을 강하게 만들었고, 일요일은 화창한 햇살에 또한 그러했다. 1년 4개월동안 세번이나 이사를 하게되는 정신없는 상황이지만... 이 놈의 뷰는... 마음을 가라 않게 한다. 새로 이사갈 집이 그렇게 후지진 않지만, 그래도 이 햇살 느낌이 아쉬워서 하루 종일 창가를 ..
셀카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간혹 나같이 그닥 반기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어려서 부터 사진 속의 내가 그닥 좋지 않았다. 학교에서 수학여행이나 무슨 행사가 있어 외부 활동을 하다 오면 얼마 후에 칠판옆에 사진들이 주르륵 붙어있고 뒷면에 인화할 사람들이 이름을 적었다. 각자의 독사진은 그냥 나눠 줬지만, 선생님이 찍으신 것들이나 친구들이 그 시절 필름카메라를 가져와서 찍은 것들, 또는 1회용카메라를 산 친구들이 찍은 사진들... 뭐 내가 피사체가 되길 기피하다보니 많지는 않았지만, 떼샷이나 두어명 친한 친구들과 찍은 사진들이 간혹 있었다. 내 모습이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니... 구매를 했었다.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역시 난 피사체가 되길 꺼려하고 구지 날 그렇게 만드는 ..
아고~ 시간을 그냥 이렇게 보내다 보니... 잡생각을 넘어서 요상한 생각을 하고 있다. 군대가기 전에 방황했던 것 처럼. 학창시절 누군가가 후다닥 달려와서는 "교무실에서 봤는데, 너 상장 있더라" 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후후후 기분 좋아지는 친구의 말. 그러고 나선 담임선생님이 들어올 때면 출석부 사이에 뭐 안 껴있나 유심히 살펴보고... 살짝콩 기대하게 된다. 미래에 일어날 기분 좋은 일을 미리 안다는 것. 이 또한 기분 좋은 일이다. 새해를 맞을 때 마다 누군가들의 링크로 무료 신년운세라는 것을 클릭해보게 되는데, 한번도 제대로 맞은 적은 없지만... 그래도 소설 읽는 느낌으로 본다. 그냥 나에게 좋다고 하는 것만 어 그래~ 하고 보고 넘기는 것. 느슨한 시간 활용으로 애가 말이 아니다. 인생의 끝..
1월 8일이다. 새해도 벌써 일주일이 지나고, 별일 없다. 그러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역시나 그러하다. 변한 거라곤... 담배값이 미쳤고... 덕분에 금연 연습중(?)이다. 그리고... 문득. 내가 몇살이더라~ 하고 고민하며 흡연 욕구 상승하는 일 정도... 뭐.. 그외엔 별 것도 없다. 새로운 신선한 무언가를 갈구하면서도 선뜻 무언가를 하기에 두렵기도 하니... 늘 망설~ 우유부단~ 하게 살아가는 중이다. 허구헛날 매일매일 과감한 결단력과 실행력도 좋지만... 우유부단하다가 어느날 눈딱 감고 뭔가 결정을 한다면... 그 결정을 이루기 위해서 더 노력할 수도 있다고....스스로 위안을... 그동안 나이를 한살씩 더 먹어오면서 우유부단해짐이란... 그간 질렀다 피본게 많아서기도 하고... 구지 실수하거나 ..
이사했다. 회사도 집도... 일년에 두번씩... 이사한 곳이 너무 마음에 든다. 한적하고... 조용하고... 임대인 분도... 말했다... 이사하는 날... "여기는 정말 너무 살기 좋아~" 그리고 나지막이 한마디... "눈오면 차가 못다니는 것 빼고 다좋아~" "그거하나 흠이네.." 이삿날... 모든 짐을 다 옮기고 계약도 마무리하고 슬슬 집안 정리를 시작했다. 눈이 오기 시작한다. 12월 초부터 이렇게 눈이 많이 오나... 싶더니... 이사하고 하루빼고 내내 눈이 온다. 일주일이 지나서 냉장고를 들이는데... 화물차가 못올라간다. 미끌미끌~ 내 차에 옮겨싣고, 스프레이체인을 왕창 뿌리고 올라왔다. 내가 이사간 것에 앙심을 품었나 하늘이 자꾸 눈을 보낸다. 곧 크리스마스도 다가오는데... 그때도 눈이 ..